부처님의가르침
벼랑 끝에 선 고려 태조 왕건을 살린 은신처, 비슬산 은적사

5. 정토

관리자 | 2006.03.14 05:16 | 조회 3193

5. 정토

1) 정토교의 성립 중국 정토교(淨土敎)는 교리적으로 볼 때 다소의 차이점이 있는 세 유파가 있으나 그다지 명확한 구별을 하지 않고 모두 혜원(慧遠)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정토교를 명실공히 집대성한 사람은 선도(善導)이다. 먼저 담란(曇鸞, 476~542)은 보리유지(菩提流支) 삼장으로부터 『관무량수경』의 가르침을 받고 오로지 염불에 입각하여 정토교의 기초를 다졌으며 『왕생론주(往生論註)』를 남겼다. 도작(道綽, 562~645)은 현중사(玄中寺)에서 담란의 비명(碑銘)을 보고 감명을 받아 정토교에 귀의한 사람이다. 그는 『관무량수경』을 강의하는 한편, 하룻동안 콩을 헤아리는 소두염불(小豆念佛)을 7만 번씩 하였다고 한다. 그의 저서로 『안락집(安樂集)』이 남아 있다. 선도(善導, 613~681)는 중국 정토교의 대성자로 알려져 있다. 선도는 극락의 즐거움과 지옥의 고통을 대조적으로 보여주는 정토변상도(淨土變相圖)를 그려 민중들에게 나눠줌으로써 오늘날의 시청각 교육과도 같은 방법으로 교화하였다. 일화에 따르면 그가 권한 칭명염불(稱名念佛)의 가르침에 따라 장안(長安)의 집집마다 염불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가 남긴 대표적인 저술로 『관무량수경소(觀無量壽經疏)』가 현존하고 있다. 이와 같이 중국에서는 정토교가 하나의 종파로 형성되면서 민중 속에 뿌리를 내렸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눈에 띌 만큼 종파로서의 형성은 이루지 못하였다. 다만 경흥(憬興)과 의적(義寂) 등의 이름이 보이고 있으나, 정토신앙 보급과 관련해서 꼭 언급해야 할 원효에 대해서만 아주 간략하게 살펴보기로 하자. 『삼국유사(三國遺事)』에 의하면 모든 불교 교학에 능했던 원효는 『화엄경』에 주석을 달다가 크게 깨친 바가 있어 스스로 파계를 하고 민중 속으로 들어간다. 세속의 복장을 하고 머리를 기르고 ‘아무 걸림이 없는 박’이라는 뜻의 무애포(無碍匏)를 매고 같은 뜻의 노래인 무애가(無碍歌)를 부르면서 무애춤을 추었다는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이 때 원효가 민중들에게 가르쳤던 불교는 아미타신앙이었다. 원효가 이렇게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니, 산골에 사는 백성들까지도 나무아미타불을 외울 줄 알게 되었다고 『삼국유사』는 전한다. 2) 정토삼부경의 세계 『관무량수경(觀無量壽經)』의 범본과 티베트본은 산실되어 버리고, 오직 5세기 경에 강량야사(畺良耶舍)가 번역한 한역본만이 현존하기 때문에 그 성립시기를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그러나 ‘정토삼부경’ 중에서 가장 발전된 사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적어도 성립시기를 4세기 경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명(經名)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경전은 극락정토의 장엄함과 그 곳에 주재하시는 무량수불(無量壽佛)과 좌우에서 보좌하는 관음(觀音)ㆍ세지(勢至)보살을 생각하는[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경전의 내용을 보면 이러한 사상은 매우 비극적인 사건을 배경에 깔고 있는데 바로 ‘왕사성의 비극’이라고 하는 내용이 그것이다. 그 의도하는 바는 왕사성의 비극을 주제로 하여 위제희 왕비가 고뇌를 떨치고 서방정토로 구제되어 가는 순서를 관불(觀佛), 관상(觀想)의 설법으로 명백히 밝혀, 타력구제의 진실성을 범부중생들에게 알려주는 데 있다. 다시 말하면 이 경전에서는 범부 왕생의 십육관법(十六觀法)을 통해서 설사 악인이라도 구제받을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왜냐하면 악한 사람에게도 불성은 있고 또한 그들이 누구보다도 먼저 구제 받아야 할 사람이라는 것이 미타신앙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극락세계는 불자라면 누구나 할 것 없이 모두가 가보고 싶어하는 곳이다. 바로 그 극락세계를 건설하게 된 원인과 그곳에 가는 방법을 설한 경전이 바로 『무량수경』이다. 『무량수경』은 『아미타경』과 범본의 경명(經名)이 똑같기 때문에 『아미타경』을 ‘소경(小經)’이라 부르고 『무량수경』을 ‘대경(大經)’이라고 하며, 때로는 『대무량수경』 혹은 2권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여 『쌍권경(雙卷經)』이라고도 부르고 있다. 그리고 『무량수경』은 여러 종류의 범본과 티베트 번역본 및 5종류나 되는 한역본이 현존하고 있다. 특히 범본은 19세기에 들어와서 네팔 주재의 영국 공사에 의해 발견된 것으로서 14, 5세기 무렵의 필사본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티베트 번역본은 이보다 훨씬 앞선 8세기 경에 이루어진 것이다. 또한 5종류의 한역본 중에서는 강승개(康僧鎧)가 번역한 『무량수경』이 가장 널리 유포되어 있다. 그런데 『무량수경』의 내용은 누구든지 아미타불을 믿고 그 이름만 부르면 곧바로 정토에 태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선인과 악인, 현명한 이와 어리석은 이를 막론하고 누구나 할 것 없이 오직 일심(一心)으로 염불만 하면 임종 때에 아미타불이 내영(來迎)하여 정토로 인도해 간다고 설하고 있다. 또한 『무량수경』은 아미타불이 과거세에 법장비구로 있었을 때 세운 48대원, 현세에 있어서의 정토사상이 잘 조화를 이루면서 누구나 쉽게 실천할 수 있도록 설명되어 있는 경전이다. 『아미타경』은 아미타불과 그 분이 계시는 정토의 장엄한 세계를 설하고, 그러한 정토에 왕생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본다면 『관무량수경』과 『무량수경』의 내용을 요약한 경전으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아미타경』의 범본(梵本)은 네팔과 일본 등지에서 여러 가지 사본(寫本)이 전해지고 있고, 8세기 무렵에 번역된 티베트본도 현존하고 있다. 한역본은 모두 세 종류가 있는데 우리가 주로 독송하는 경전은 간결하고 수려한 문체로 유명한 구마라집이 402년에 역출한 번역본이다. 그뿐 아니라, 이 경전은 영역(英譯)으로도 나와 있고 주석서와 연구서 역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또한 『아미타경』은 일명 『사지경(四紙經)』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비록 그 분량이 적지만, 그러면서도 아주 쉽게 정토사상을 설명해 놓고 있다. 먼저 부처님이 기원정사에서 장로 사리불을 위시한 여러 제자들과 문수보살 등 수많은 보살들이 모여있는 자리에서 설법하시는 법회의 모습이 묘사되어 있고, 이어서 극락세계를 아주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어 모두 가보고 싶은 마음이 우러날 정도로 실감나게 기술하고 있다. 또한 그곳에 가고자 하는 사람은 아미타불의 명호를 1일 또는 7일 동안 일심(一心)으로 불러야 한다는 것이다. 3) 정토교학의 중심 사상 부처님이 일생 동안 설한 교설은 한마디로 ‘진실한 자신에게 눈뜨는 것’이었다. 이것은 다른 말로 바꾸면, 눈에 보이는 것의 이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진실한 세계가 존재한다는 의미이며, 정토에서는 눈에 보이는 현상세계를 이 세상(사바세계)이라 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진실한 세계를 정토(淨土), 즉 극락세계라 한다. 이 진실한 세계를 찾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먼 길을 가는데 혼자 힘으로 열심히 노력해서 어렵게 찾아가는 것과, 다른 하나는 같은 목적지를 자동차를 타고 쉽게 가듯이 남의 힘을 빌려서 찾아가는 것이다. 정토사상이란 후자(後者)와 같이 아미타불의 힘에 의지해서 진실한 정토를 쉽고도 빨리 찾는 방법을 설명한 것이다. 그러므로 정토교에서는 ‘타력신앙(他力信仰)’이 강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염불은 타력이라 하고, 참선은 자기 힘에 의지하는 '자력(自力)'이라고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는 자ㆍ타력을 나누어서 설명하기 어렵다. 따라서 자력과 타력, 난행도(難行道)와 이행도(易行道), 성도문(聖道門)과 정토문(淨土門)이라는 대립적 개념으로 불교를 해석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것은 일심으로 염불하는 수행 그 자체가 이미 자력적인 것이고, 참선하여 성불할 수 있다고 믿는 그 믿음 속에 타력적인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극락이란, 말 그대로 즐거움이 극에 달해 있는 세계를 말하는데 불교에서 말할 때 우리들이 사는 이 사바세계는 예토(穢土), 즉 더럽고 고통스러운 땅이라고 한다. 그에 비해 수많은 정토, 즉 깨끗한 세계이면서 즐거움만이 있는 불국토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토에는 극락정토 이외에도 미륵정토ㆍ약사정토ㆍ화엄정토 등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극락정토를 지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정토삼부경’에서는 특히 아미타불이 계시는 극락정토만을 주제로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아미타불을 어떻게 보느냐, 또 정토를 어떻게 해석하느냐, 하는 소위 불신관(佛身觀)과 정토관(淨土觀)이 정토사상의 확립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또 한편 소승불교에서 대승불교로 교리가 발달하면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수많은 불보살의 출현이라 할 수 있다. 불보살들은 각기 나름대로 독특한 사상을 지닌 모습으로 표현되고 있는데, 바로 ‘본원(本願)’이나 ‘서원(誓願)’으로 나타나는 것이 그것이다. 이때 불보살님 한분 한분이 가지는 원을 ‘본원(本願)’ 또는 ‘별원(別願)’이라고 하며, 모든 불보살님이 다같이 갖고 있는 공통적인 원을 ‘총원(總願)’이라 하는데, 예를 들면 사홍서원(四弘誓願)과 같은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와 같이 본원의 대표적인 경전이 위에서 살펴본 ‘정토삼부경’인 것이다. 특히 법장비구의 48원 가운데 제18원, 즉 ‘십념왕생(十念往生)의 원’이 가장 중요시되고 있는데, 원효는 십념에 현료(顯了)와 은밀(隱密)의 두 뜻이 있다고 하였다. 즉 현료는 누구나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나무아미타불”이라고 소리내어 외우는 것이고, 은밀은 초지(初地)인 환희지(歡喜地) 이상의 보살이 아니면 실천하기 어려운 것이지만, 이 둘은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는 입장에서 회통하고 있다. 그러므로 보살에서 범부에 이르기까지 모두 미타정토에 왕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후대에 이 정토신앙은 더욱 극단화되어 ‘나무아미타불’을 열 번이 아니라 단 한 번이라도 소리내어 외우면 곧바로 극락에 왕생할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와 숫자개념은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마음이 모든 것의 근본으로 마음 밖에는 아무 것도 없으며, 정토 또한 마음이 만들어낸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는 ‘유심정토(唯心淨土)’설도 나오게 되었다. 내가 서 있는 이 땅이 바로 극락이기 때문이다. ‘번뇌(煩惱)가 바로 보리(菩提)’라는 주장을 하는 대승불교다운 해석이다.
[알림] 본 자료는 대전 계족산 용화사에서 제공된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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