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가르침
벼랑 끝에 선 고려 태조 왕건을 살린 은신처, 비슬산 은적사

6. 세계관의 중요성

관리자 | 2006.03.14 05:10 | 조회 2632

6. 세계관의 중요성

멀고 긴 여행을 예로 삼아 생각해 보면 좋을 것이다. 우리가 먼 여행을 떠나려고 할 때 반드시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있다. 멋진 여행을 위해서는 여행에 필요한 준비를 얼마나 잘 했느냐가 관건이 된다. 물론 성공적인 여행이 되도록 하려면 어느 것 한 가지라도 소홀함 없이 치밀하게 준비해야 하는 것은 상식일 터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최우선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 어떤 상황에서도 빠져서 안 되는 필수 조건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 사실 여행에 필요한 사항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이미 준비되어 있거나 아니면 조금만 챙기면 되는 것들이다. 특별히 마음 써서 준비해야 할 것은 딱 한 가지이다. 그것은 여행을 통해 도달하고자 하는 목적지에 대한 올바른 방향과 위치 그리고 길에 대한 이해와 지식과 확신이다. 목적지에 대한 방향과 길을 제대로 알지 못할 경우 여행을 위한 온갖 준비와 모든 노력들이 헛수고가 되고 만다. 심혈을 기울여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가고자 했던 목적지로부터 자꾸만 더 멀어지게 되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다. 여행의 예를 삶에 직결시켜 보면 여행의 기본 상식인 목적지의 방향과 위치와 길에 대한 지식과 믿음이 바로 세계관인 것이다. 세계관은 곧 삶의 방향과 내용 또는 삶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 여행의 예에서 살펴본 것처럼 인생길에 있어서 세계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여기서 불교는 세계관의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허망분별 또는 전도몽상의 소견으로 수행하는 것은 모래를 쪄서 밥을 지으려는 것과 같고 가야할 곳은 동쪽인데 자꾸 서쪽으로 달려가는 꼴이다. 원효 『발심수행장』 이와 같이 불교의 스승들은 허망분별의 소견으로 살아가는 한 고통으로부터의 해탈은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여러 경전에서도 전도몽상의 사고방식으로 삶의 문제를 다루는 한, 천지를 진동시키는 변화와 업적을 이룬다 하더라도 여전히 고통과 불행의 악순환을 되풀이 할 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부처님과 조사 스님들이 한결같이 강조하고 있는 ‘허망분별’, ‘전도몽상’이란 무엇을 뜻하는가? 바로 연기(緣起)ㆍ무아(無我)의 세계관에 대한 무지와 왜곡된 사상과 정신을 의미한다. 연기ㆍ무아의 세계관에 어긋나는 사상과 정신으로 삶의 문제를 다루는 한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또는 봉사 코끼리 만지는 격이 될 뿐이라는 뜻이다. 이제 연기ㆍ무아 세계관의 확립 여부는 불교수행의 첫걸음이면서 동시에 신행활동의 근본 생명이라고 할 수 있다. 불교에서는 세계[存在]가 연기의 존재임을 잘 파악하고 이해하고 터득해 가는 것을 지혜라고 하고, 연기ㆍ무아의 사상과 정신을 체득하여 살아가는 것을 동체대비행이라고 한다. 연기ㆍ무아의 지혜는 반드시 동체대비행으로 나타나게 되고 동체대비행은 지혜를 더욱 빛나게 한다. 연기법의 세계관이 아니면 동체대비행(同體大悲行)이 나올 수 없고 동체대비행으로 나타나지 않으면 이미 올바른 불교 안목이 아니다. 불교공부의 옳고 그름의 판단근거는 연기법의 사상과 정신에 있다. 참선, 교학, 율학, 남방불교, 북방불교, 참여불교, 수행불교 등 모든 것이 연기ㆍ무아사상에 입각할 때 비로소 불교적 정당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연기ㆍ무아의 세계관에 근거하지 않는 한 그 어떤 격식의 불교공부도 정법 불교공부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알림] 본 자료는 대전 계족산 용화사에서 제공된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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