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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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비유설화─밥보다는 법을 구하라

관리자 | 2006.06.10 02:49 | 조회 1003
밥보다는 법을 구하라

진리보다 눈앞의 이익 구하면
소탐대실의 어리석음 불러...

부처님이 코살라국 오사라촌에 계실 때의 일이다.
그곳에는 사리풋타 목갈라나 마하카사파 카트야나 아니룻다 아난다 등
이름과 덕망이 높은 장로제자들이 함께 있었다.
어느 날 부처님은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대들은 마땅히 법을 구하기에 힘쓰고, 음식 구하기를 힘쓰지 말라.
나는 그대들을 진실로 사랑하기 때문에 법을 구하기에 힘쓰고,
음식 구하기에는 힘쓰지 않기를 당부한다.
만일 그대들이 음식 구하기에 힘쓰고 법을 구하기에 힘쓰지 않으면,
이것은 나의 가르침을 제대로 따르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하면 수행자로서의 깨끗한 명예도 잃게 된다.
법이 아니라 음식을 구하기 위해서 나를 의지해 수행하는 제자는,
굶주리고 목마를 때 음식이 생기면 그것을 가져다 먹는다.
그래서 하루동안은 즐겁고 안온하지만 욕심이 생겨 쉽게 자족하지 못하고,
때와 한정을 알지 못하게 되며,
정진과 연좌를 하지 못하게 되어 열반을 얻지 못한다.
음식이 아니라 법을 구하기 위해 나를 의지해 수행하는 제자는,
굶주리고 목이 마를 때 음식이 생기면 그것을 가져다 먹지 않는다.
그래서 비록 하루동안은 괴롭고 안온하지 않지만
욕심이 적어지고 자족할 줄 알게 되며,
때와 한정을 알게 되며, 정진과 연좌를 하게 되어 열반을 얻는다.”

여기까지 말씀한 부처님은 그만 물러나 누우셨다.
나이가 든 데다가 등병이 심한 탓이었다.
그 대신 사리풋타로 하여금 설법하도록 하명했다.
사리풋타는 부처님 대신 수행자들이
번거로움을 떠나 한적한 곳에서 사는
세 가지 이익에 대해 설법하여 많은 수행자들을 이롭게 했다.

- 중아함 22권 88경 〈구법경(求法經)〉 -

이 경은 부처님이 등병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설법한 내용을 기록한 것이다.
분위기로 보아 만년의 어느 날 제자들을 나무라는 장면으로 추측된다.
여기서 부처님이 제자들을 꾸짖는 이유는 어떻게 보면 어처구니없는 것이었다.
진리를 구하기 위해 출가한 수행자라면
작은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일부 제자들은 이런 본분을 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들은 진리보다는 이익을 위해 행동했다.
속말로 ‘염불보다는 잿밥’에 마음이 팔려 있었다.
그것은 출가정신을 훼손하는 것이었다.
이를 본 부처님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밥을 구하는 수행자가 되지 말고 법을 구하는 수행자가 되라’고
타이르고 있는 것이다.

부처님이 수행자들에게
밥을 구하지 말고 법을 구하라고 가르친 말씀을
세속적 삶에 적용시키면 이런 뜻이 된다.
즉 미래의 더 큰 이익을 위해서는 눈앞의 작은 이익에 연연하지 말라는 것이다.
소탐(小貪)은 반드시 대실(大失)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부정한 방법으로 축재를 하다가
뒷날 높은 공직에 오를 때 그것에 발목잡히는 경우,
권력을 가졌다고 함부로 남을 괴롭히다가
나중에 온갖 비난과 불명예를 뒤집어쓰는 경우가 다 여기에 해당된다.
정의(법)를 추구하지 않고, 이익(밥)을 구하기 위해 살아온 결과다.

우리 주변에는 이렇게 자기 앞의 한치도 보지 못하고 살다가
뒷날 땅을 치는 사람이 수없이 많다.
그들에게 어떤 것이 바르게 사는 것인지 모범을 보여주어야 할 사람이
부처님 제자들이다.
그런데 가끔은 불자들이 도리어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 주는 일이 없지 않다.
이 경은 그런 우리들에게 부처님이 울려주는 조용한 목탁소리다.
* 용화사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7-04-07 14:09)
[알림] 본 자료는 대전 계족산 용화사에서 제공된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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