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회와 발원
어느 때 어떤 사람이 호젓한 곳에 혼자 않아 마호다가
(환희환-歡喜丸)를 먹고 있었다. 이 걸인의 왕은 그
사람 곁에 가서 그것을 뺏아 가지고 달아났다.
오백 거지들은 그 왕을 쫓아 멀리까지 가다가 모두 너무
지쳐 그만 다 각각 돌아와 버리고 말았다. 그 거지 왕은
체력이 강건하여 달아나면서도 지칠 줄을 모르고 더욱
멀리 가다가 머리를 돌려 돌아보았다. 그러나 아무도
보이지 않았으므로 혼자 어떤 동산으로 들어가 물에 손을
씻고 한쪽에 앉아 그 음식을 먹으려 했다. 미처 먹기 전에
곧 후회하는 마음이 생겼다.
'나는 잘못했다. 왜 남의 음식을 빼앗았을까. 더구나 나는
나를 따르는 사람들까지 다 속였다. 이 음식은 많아 나는 다
먹을 수 없다. 만일 이 세상에 어떤 성인이 있어서, 나의 이
마음을 알고 여기 온다면 나는 이것을 나누어 그에게 주리라.'
이렇게 생각했을 때 선현(善賢)이라는 벽지불이 허공을 날아
그 앞에 바로 내려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이 왕은 보았다.
그 벽지불은 위의는 조용하고 행보는 정돈되었으며 거동은
알맞아 느리지도 않고 급하지도 않았다. 그는 이것을 보자
저 벽지불에 대해 깨끗한 믿음이 생겨 이렇게 생각했다.
'나는 과거에는 너무 가난했고 또 현재에는 이런 복밭을 만
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사람에게 보시와 공경과 공양을
행하지 못했던 것이다. 만일 내가 옛날에 이런 복밭을 만났더
라면 오늘에 이처럼 가난하지 않았을 것이요 또 남의 핍박을
받으면서 살아가지도 않을 것이다. 나는 지금 이것을 이 선인
(仙人-벽지불)에게 바치리라. 이 선인이 받아 줄는지 모르
겠다. 만일 받아 준다면 나는 이 가난에 찌든 신세를 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이렇게 생각하고 곧 그 음식을 선인에게 바쳤다.
그런데 벽지불에게는 이런 법이 있다. 즉 오직 신통을 부려
중생을 교화할 뿐이요 다른 법이 따로 없다는 것이다.
그 때에 벽지불은 그 음식을 받고는 공중으로 날아갔다.
이 사람은 이것을 보고 기쁨이 온 몸에 가득해 어쩔 줄을
몰랐다. 그 기쁨 때문에 손바닥을 정수리에 얹고 멀리서
벽지불의 발에 예배했다. 그리고 이렇게 발원했다.
'나는 오는 세상에 항상 이런 세존(世尊)이나 혹은 그보다
더 훌륭한 이를 만나 그의 설법을 한 번 듣고 빨리 해탈을
얻으리라. 또 나는 오는 세상에 큰 위덕(威德)이 있는 호족
(豪族)의 집에 태어나 왕이 되어 나라를 다스리면서 다시는
저 거지들 속에 있지 않으리라.'
또 이렇게 발원했다.
'세세 생생에 악도에 떨어지지 않으리라.'
부처님은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아, 의심하는가. 그 때 바라나성에서 거지의 왕으로서
벽지불에게 마호다가를 보시한 자가 누구인가. 달리 생각하지
말라. 그는 바로 저 파제리가 비구이다. 그 때 그 거지의 왕은
벽지불에게 음식을 준 과보로 지금 석종의 큰 호귀한 집에 태
어나 재산에 모자람이 없으며 옛날의 서원으로 인해 지금은
왕위에 있다. 또 옛날의 서원으로 인해 악도에 떨어지지 않고
항상 인간이나 천상에 나서 쾌락을 많이 받는다. 또 옛날의
서원에 의해 지금 나를 만나 출가하여 구족계(具足戒)를 받고
아라한이 되었다. 또 나는 그에게 기별(記別-부처님이 될 거라
는 수기)을 주었다. 그는 내 성문 제자들중에서 호족(豪族)으로
출가한 제일인자는 파제리가 비구이니라."
[불본행집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