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공부
벼랑 끝에 선 고려 태조 왕건을 살린 은신처, 비슬산 은적사

부처님이야기 ─출가와 구도의 길(4)

관리자 | 2006.04.12 11:55 | 조회 1044
출 가 마침내 어느 날 밤, 싯다르타는 왕궁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마지막 밤이나마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기쁘게 해주고 싶었다. 야쇼다라와 함께 궁녀들의 노래와 춤을 즐거운 듯 구경했다. 그리고 밤이 깊었을 때 싯다르타는 평화스럽게 잠든 아내 야쇼다라와 어린 아기를 번갈아 보았다. 이 세상에서는 보기 드문 평화가 어머니와 아기의 잠든 얼굴에 깃들어 있었다. 싯다르타는 속으로 그들에게 용서를 빌었다. 모든 사람들이 깊이 잠든 한밤중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토록 법석이던 지난밤의 궁중이 이제는 무덤처럼 적막했다. 드넓은 대청마루에서는 지난밤 노래하고 춤추던 궁녀들이 여기저기 쓰러져 자고 있었다. 어떤 궁녀는 이를 갈면서 자는가 하면 입을 벌린 채 침을 흘리는 여자도 있었다. 그리고 또 어떤 궁녀는 이불을 걷어차 버리고 추한 모양으로 자고 있었다. 피로에 지쳐 곯아떨어진 궁녀들의 몰골은 아름답게 치장하고 있을 때와는 너무도 달랐다. 이 광경을 본 싯다르타는 그들이 가엾었다. 또한 인간의 꾸밈없는 모습을 거기서 본 듯했다. 밖으로 나와 시종이 살고 있는 집 앞으로 다가갔다. 낮은 목소리로 시종 찬다카를 깨워 말을 끌고 나오도록 했다. 싯다르타는 말에 올랐다. 그가 말을 타고 궁중을 빠져나가는 것을 찬다카 이외에는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찬다카는 무언가 마음에 집히는 일이 있었지만 태자의 그 엄숙하고도 비장한 표정을 보고서 감히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성문을 나올 때 태자는 속으로 맹세를 했다. 「내가 생사의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는 다시 이 문으로 들어오지 않으리라.」 싯다르타는 오랜 세월을 두고 갈망하던 출가의 길을 마침내 이렇게 해서 떠나가는 것이었다. 태자의 행차치고는 너무도 외로운 길이었다. 원래 출가 사문의 길은 혼자서 가는 고독한 길이다. 싯다르타는 성을 벗어나자 길을 재촉했다. 말발굽 소리만이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이따금 숲에서 밤새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올 뿐 태자와 찬다카는 한 마디도 말이 없었다. 아누피야 고을을 흐르는 아노마강을 건너자 먼동이 트기 시작했다. 새벽의 맑은 강바람이 상쾌하게 불어왔다. 싯다르타는 말에서 내렸다. 시종의 손을 잡으면서 부드럽게 말했다. 『찬다카, 수고했네.』 이 길이 태자의 출가임을 알아차린 찬다카는 흐느껴 울었다. 싯다르타는 강물에 얼굴을 씻고 허리에서 칼을 뽑아 치렁치렁한 머리칼을 손수 잘랐다. 찬다카는 눈물을 흘리며 그 모양을 말없이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싯다르타는 몸에 지녔던 패물을 모두 떼어 찬다카에게 내주며 말했다. 『이 목걸이를 부왕께 전하여라. 그리고 싯다르타는 죽은 것으로 생각하시라고 말씀드려라. 내 뜻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죽는 한이 있더라도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나는 왕위 같은 세속의 욕망은 털끝만큼도 없다. 다만 생로병사의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 길을 걷는다고 말씀드려라.』 그리고 다른 패물을 주면서 이런 부탁도 했다. 『이것은 이모님과 야쇼다라에게 전하여라. 내가 출가 사문이 된 것은 세속을 떠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혜와 자비의 길을 찾기 위해서라고 말해다오.』 그때 마침 사냥꾼이 그들 곁을 지나갔다. 태자는 그 사냥꾼을 불렀다. 그리고 자기가 입고 온 호화스러운 태자의 옷을 벗어서 사냥꾼에게 주고 사냥꾼의 해진 옷을 얻어 입었다. 머리를 깎고 다 해진 옷을 걸친 싯다르타의 모양은 누가 보아도 카필라의 태자로는 보지 않게 되었다. 그의 모습은 도를 구하는 사문으로밖에 볼 수 없었다. 『찬다카, 그럼 우리는 여기서 헤어지기로 하자. 만나면 헤어지는 게 이 세상 인연이 아니냐. 그럼 잘 가거라.』 찬다카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통곡을 했다. 싯다르타는 마지막으로 타고 온 백마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 동안 너는 나를 위해 수고가 많았다. 너도 잘 가거라.』 백마도 이별을 서운해하는 듯 눈물을 흘렸다. 구도의 길 구도(求道)의 길을 찾아 왕궁을 뛰쳐나온 싯다르타는 우선 가까운 숲으로 들어갔다. 그는 어떤 나무 아래 단정히 앉아 정신을 한 곳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싯다르타는 죽어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으로 최초의 싸움에 임했다. 머리 위로 태양이 높이 솟아올랐다. 싯다르타는 심한 갈증과 허기를 느꼈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이름 모를 새들이 지저귀고 이따금 사나운 짐승들의 포효가 멀리서 혹은 가까이서 들려 왔다. 그러나 뜻을 굳게 세운 싯다르타는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해가 기울고 어둔 밤이 되어도 그곳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오로지 정신을 한 곳에 집중시키려고 애썼다. 그러나 지나간 온갖 기억들이 되살아나 그의 머리 속을 어지럽게 했다. 밤이 깊어갈수록 숲은 무거운 정적으로 가라앉았다. 그는 마음을 더욱 굳게 가다듬었다. 이렇게 하여 첫밤을 지새고 나자 싯다르타는 처음으로 자기 뜻대로 수행이 되는 듯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번거로운 기억들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같은 상태가 계속되었다. 허기가 져서 참을 수 없게 되면 가까이서 흐르는 개울물을 마실 뿐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그렇게 하면서 싯다르타는 이 우주의 진리를 깨닫지 않으면 안된다고 더욱 굳게 결심을 다졌다. 어떤 날 밤은 비가 내렸다. 비가 개고 나서는 쌀쌀한 바람이 숲을 몰아쳤다. 비에 흠뻑 젖은 싯다르타는 이가 딱딱 부딪치도록 추위에 떨었다. 더구나 속이 비어 추위를 이겨내기가 어려웠다. 순간 왕궁의 따뜻한 방안 생각이 났다. 싯다르타는 부질없는 생각을 떨쳐 버렸다. 그리고 어떠한 유혹에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런 상태로 꼬박 한 주일을 같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러나 깨달음을 얻지는 못했다. 깨달음이 그리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혼자서 진리를 구하는 것보다 수행의 힘이 뛰어난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너무 조급하게 굴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차근차근 닦아 나가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대로 같은 자리에만 앉아 있는 것이 아무런 소득도 없다고 생각한 싯다르타는 여드레만에 그 자리를 떨치고 일어났다. 그리고 숲에서 가까운 마을로 밥을 빌러 내려갔다. 싯다르타는 이제 완전한 수행승이 되어버린 것이다. 해진 옷을 걸치고 얼굴은 여위어 걸음걸이도 휘청거렸다. 그러나 그 눈은 빛나고 얼굴에는 맑고 깊은 의지의 빛이 배어 있었다. 몸은 비록 참기 어려운 고통을 겪고 있었지만 마음은 차분히 가라앉아 새로운 희망을 지닐 수 있었다. 그는 괴로움을 하나하나 참고 견디는 일에 인내의 의미를 깨닫게 된 것이다. 의지가 약한 사람이었다면 그는 벌써 쓰러졌을 것이다. 그러나 목숨을 걸고 도(道)를 찾는 싯다르타에게 그만한 고통은 장애가 될 수 없었다. 싯다르타는 가까이 있는 수행승한테서 박가바라는 선인(仙人)의 이야기를 듣고 그가 고행하고 있다는 숲을 찾아갔다. 그 숲은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사람들의 발걸음이 미치지 않는 한적한 곳이었다. 고요 속에 청정한 기운이 감도는 숲은 두려운 생각마저 들게 했다. 싯다르타는 처음으로 자신의 스승이 될 만한 사람을 찾아가는 길이었다. 그러나 박가바 선인의 제자들을 보고 선뜻 느낀 것은 실망이었다. 그들은 남이 흉내낼 수 없는 어려운 고행을 하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가시로 몸을 찔러 피가 흐르고, 흐른 피가 검붉게 굳어 있는데도 참고 누워 있었다. 몸무게가 내리누르는 대로 가시는 살 속으로 파고들었다. 또 어떤 고행자는 더러운 쓰레기더미 속에 누워 있었다. 더럽고 냄새나는 것에 무관심한 듯했다. 혹은 타오르는 불꽃에 몸을 벌겋게 달구고 있는 사람도 보였다. 그리고 한쪽 발로 딛고 서 있는 사람, 물 속에 들어가 숨을 죽이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 가운데는 발가벗고 종일 물구나무를 서는 고행자도 있었다. 하루에 한 끼만 먹는 이도 있었고, 이틀에 한 끼, 사흘에 한 끼밖에 먹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수행승은 혹독한 고행을 하는 사람일수록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고 있었다. 그들은 고행을 참아내는 일로서 수행을 삼고 있는 듯했다. 그 참을성에는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그와 같은 고행 자체에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고행자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어두운 그늘에 덮여 어쩐지 처참하고 불결하게만 생각되었다. 싯다르타는 박가바에게 물었다. 『무엇 때문에 이같은 고행을 합니까?』 선인은 이런 고행이 당연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천상에 태어나기 위해서요.』 이 말을 듣고 싯다르타는 웃을 뻔했다. 너무도 어처구니없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모처럼 찾아간 스승이었으므로 여기에서 받은 실망은 클 수밖에 없었다. 『즐거움을 얻기 위해 괴로움을 참는다고? 설사 천상에 태어난다 할지라도 천상의 즐거움이 다하면 다시 인간 세계에서 고통을 겪어야 하지 않을 것인가. 그리고 천상에 태어난다니 그걸 무엇으로 보장할 수 있단 말인가.』 이렇게 생각한 싯다르타는 그들의 고행이 더욱 어리석은 짓으로 보였다. 싯다르타가 묵묵히 생각에 잠겨 있는 것을 본 박가바 선인은 다시 입을 열었다. 『처음 고행은 참으로 괴롭고 어렵지만 차차 수행을 쌓으면 보기보다는 참아내기가 어렵지 않게 되오.』 선인은 싯다르타가 잠자코 있는 것이 심한 고행에 놀라 의기가 죽은 것으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싯다르타는 조용히 말했다. 『참을 수 없는 고행에는 존경심이 갑니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보상을 바라고 한다면 괴로움은 영원히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영원히 되풀이될 고와 낙을 어떻게 하겠습니까?』 선인은 무어라 대답할 말이 없었다. 하룻밤을 그곳에서 머문 다음 싯다르타는 다시 길을 떠났다. 박가바의 제자들로부터 남쪽으로 가면 아라라 칼라마라는 훌륭한 선인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를 찾아가기로 했다. 싯다르타는 이곳에 온 것이 전혀 무익하지만은 않았다. 인간이 그러한 고행까지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은 분명히 새로운 발견이었다. 아라라 칼라마의 덕망은 싯다르타도 전부터 듣고 있었다. 그가 있는 곳까지는 길이 멀었다. 몇 개의 강을 건너고 산을 넘어야 했다. 도중에 강을 건너 라자가하(王舍城)에 들르게 되었다. 라자가하는 마가다나라의 수도로 인구도 많고 집들이 카필라보다도 훨씬 호화로웠다. 마가다는 빔비사라왕이 다스리고 있는 나라였다.    * 용화사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7-04-07 14:09)
[알림] 본 자료는 대전 계족산 용화사에서 제공된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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