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향 의 참뜻 ○
불교인의 이타적 자비심을 회향이라 한다. 흔히 백일기도회향이
라거나 칠일기도회향이라고 할 때의 회향은 끝마친다는 의미로
쓰이고 있지만, 사실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말
이 회향이다. 다시 말해 회향은 돌려서 향하게 한다는 뜻으로
서, 자기가 닦은 착한 공덕을 남에게 되돌리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자기가 닦은 공덕을 자기만이 누리려는 자세는 진정한 종교심이
라 할 수 없다. 그것은 또 하나의 이기심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
서 불교에서는 부처님께 예배한 공덕이나 기도한 공덕 하나라도
반드시 이웃에게 나누어 베풀라고 한다. 불교의식의 끝에 외우
는 '원이차공덕 보급어일체 아등여중생 개공성불도(願以此功德
普及於一切 我等與衆生 皆共成佛道)'라는 말이 있다. 이것을 흔
히 회향게라고 하는데, 그 의미는 '원컨대 내가 닦은 이 공덕을
널리 일체 중생에게 나누어 나와 남이 모두 함께 성불케 하소
서'하는 뜻이다.
불자의 꿈은 성불과 불국토를 성취하는 것이다. 이러한 불교인
의 이상은 지혜와 자비로써 완성되어진다. 또한 하루아침에 이루
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생을 거듭하면서도 그 꿈을 버리지 않는다
고 하였다. 몇 생을 거듭하면서라도 그 꿈을 반드시 이루고야 말
겠다는 굳은 신념이 바로 보살의 원력이다.
그러므로 자비를 온 중생계에 보편화시키겠다는 원력이 바로 회
향이요, 그 회향의 정신이야말로 불자들의 행위를 이기심에서 벗
어나 보살행으로 변화시킨다. 중생계를 불국토로 만들겠다는 원
력을 지닌 보살은 결코 자기가 애써 닦은 공덕일지라도 자기만
을 위해 가지려 하지 않는다. 만약 자기의 공덕을 남에게 돌리려
는 회향의 의지가 없으면 그는 보살이 아니라 소승인이 되어버린
다. 불교에서 소승적 자세를 비판하고 거부하는 것은 이기심으로
는 불국토를 이룰 수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세속의 탐욕적 이
기심만이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구도적 이기심도 문제가 있다고
보기 때문에 소승적 자세를 버리고 대승적 자세를 가져야 된다
고 말한다.
보살의 대승적 자세는 바로 회향하는 마음이고, 그것은 나와 이
웃이 근원적으로 하나라는 자각이 있을 때만이 가능해진다. 이웃
의 불행을 보고 차마 외면하지 못하는 마음, 그와 나는 하나이기
에 그의 고통을 대신 받으려는 자세가 보살의 회향하는 마음이
다. 그래서 《화엄경》금강당보살십회향품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내가 모든 중생의 고통을 대신 받을지라도 그들을 고통에서 벗
어나게 하리라. 내 차라리 혼자 지옥의 고통을 다 받더라도 다
른 중생들을 고통받지 않게 하리라. 이 몸을 볼모로 잡혀서라도
고통 속의 중생들을 속죄시켜 해탈케 하리라."
우리 모든 불자들이 이와 같은 회향의 정신으로 나아갈 때 자신
에게 성불의 길이 열리고 사바세계는 불국토가 될 수 있음을 명
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