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상식/교리문답
벼랑 끝에 선 고려 태조 왕건을 살린 은신처, 비슬산 은적사

'오신채' 왜 금지하나

관리자 | 2007.11.01 05:44 | 조회 2353
      “악취-음욕 일으키는 부정한 음식” 불교, ‘오신채’ 왜 금지하나 전통 종교마다 금기시하는 음식이 하나 둘씩은 있기 마련이다.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이슬람교를 비롯해 소를 신성시 여기는 힌두교에서 소고기는 절대 먹어서는 안 될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불교에서도 불살생계를 불자들이 지켜야 할 으뜸 계율로 여긴 탓에 육식은 물론 채식에 있어서도 먹지 말아야 할 것들을 따로 정해놓고 이를 먹는 것을 엄격히 금지시켜왔다. 즉 마늘, 파, 달래, 부추, 흥거 등 이른바 오신채(五辛菜)로 불리는 이 채소들은 부처님 당시부터 오랜 기간 동안 직접 먹어서도 또는 다른 음식에 곁들어 먹어서도 안 될 것들로 수행자들이 경계해야 할 음식이었음을 수많은 경전에서 전하고 있다. 능엄경 등서 오신채 금지 강조 『범망경』에 따르면 “다섯 가지 냄새 나쁜 채소를 먹지 말지니, 대산(大蒜, 마늘), 혁총(革蔥, 파), 자총(慈蔥, 달래), 난총(蘭蔥, 부추), 흥거(興渠)라는 이 다섯 가지 매운 채소는 일체 음식에 넣어 먹지 말지니라. 만일 먹는 자는 경구죄(輕垢罪)를 범하니라”고 규정했다. 또 『능엄경』에서도 “모든 중생이 삼매를 닦을 때는 마땅히 세간의 다섯 가지 매운 채소를 끊어야 하나니 이 다섯 가지 채소를 익혀서 먹으면 음란한 마음이 일어나고, 날 것으로 성내는 마음을 더하게 하기 때문이니라. 또 이 오신채를 먹는 사람은 삼매를 닦더라도 보살·하늘·신선 및 시방의 선신들이 와서 수호하지 않는다”며 수행자가 오신채를 먹는 것을 엄격히 금지시켜 왔다. 그렇다면 왜 불교에서 오랫동안 오신채를 금기시 해 왔을까. 이와 관련 지난 1996년 「불전에 나타난 오신채계 연구」라는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심준보 백화도량 상임법사는 “초기불교 계율에 나타난 오신채 금지는 당시 수행자의 품격을 유지하고 독특한 냄새로 인한 대중화합 파괴를 방지하기 위함이었다”고 설명했다. 즉 독특한 향을 가진 오신채를 먹을 경우 그 냄새로 인해 공동 수행생활에 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양치’ 문화가 발달하지 못했던 당시 인도사회에서 강한 냄새를 가진 오신채를 먹고 난 이후 이 향을 지울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엄격한 대중 생활을 하는 수행공동체에서 심한 악취는 곧 혼란한 마음을 일으키게 하고 결국 이로 인해 수행공동체의 화합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오신채는 삿된 음행을 유발시키는 요소를 갖고 있어 수행에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는 점도 이를 먹지 못하도록 계율로 제정한 배경이 됐다고 심 법사는 설명했다. 심 법사에 따르면 “인도 전통 의학인 ‘아유르베다(Ayurveda)’에 의하면 오신채에 해당하는 식물들의 대부분이 강장 효과와 소화 작용에 있어 탁월한 점이 있지만 인간의 생리 요소 중 하나인 피타(pita)를 강화시켜 인간을 생리적으로 흥분시키며 게으르고 이기적인 성향을 지니게 하는 요소가 강하다”며 “이로 인해 오신채는 고도의 정신집중을 요하는 선정 수행에 방해를 주게 된다”고 강조했다. “산란심 키워 선정수행 방해” 영산율원 율주 철우 스님도 “오신채는 우선 그 독특한 냄새로 인해 공동 수행생활을 하는데 방해가 되는 요소”라며 “특히 음식에 오신채를 넣어 먹는 것은 음식을 더 맛있게 먹으려는 중생들의 탐욕심이 함께 들어있기 때문에 이를 경계해 왔던 점이 크다”고 설명했다. 전통적으로 파와 마늘을 즐겨먹는 우리나라의 식생활 습관에서 오신채를 멀리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다. 특히 사회생활을 하는 일반 재가불자들이 오신채를 가려 먹기는 더욱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생활 습관도 스스로 길들인 것이기 때문에 오신채를 비롯한 자극적인 음식을 먹지 않겠다는 발원을 세우고 이를 멀리하려는 노력을 한다면 식생활 습관도 스스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송광사 율원장 지현 스님은 “계율은 강제성을 지닌 타율적 규칙이 아니라 스스로 몸과 마음을 청정하게 하기 위한 자발적 성격이 강하다”며 “오신채계를 단순히 오신채를 먹지 말라는 것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수행에 있어 번뇌 망상을 일으킬 수 있는 나쁜 요소를 사전에 예방하겠다는 마음으로 먹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알림] 본 자료는 대전 계족산 용화사에서 제공된 자료입니다.
twitter facebook me2day 요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