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가르침
벼랑 끝에 선 고려 태조 왕건을 살린 은신처, 비슬산 은적사

2. 일체법

관리자 | 2006.03.14 05:12 | 조회 2641

2. 일체법

일체법이란 모든 존재현상을 말한다. 불교가 지향하는 오직 한길이 인간 문제의 해결, 즉 인간 고(苦)의 해결인데 왜 경전에서는 인간 문제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어 보이는 다소 현학적이고 철학적인 언급을 하고 있을까? 위에서 말했듯이 ‘나’는 다양한 연기적 관계 속에서만 존재한다. 이 연기적 관계를 떠난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일체법을 설하신 것이다. 인간의 고는 일체법과 ‘나’라는 존재의 연기성을 체득하지 못한 데서 출발한다. 모든 존재현상은 ‘나’라는 존재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이해함으로써 인간의 문제를 근원적으로 풀 수 있다. 즉 우리는 일체법의 참된 모습을 확실하게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것에 집착하고, 집착함으로써 그것이 변하거나 사라질 때 괴로워하게 되는 것이다. 경전은 모든 존재현상의 연기성을 여러 방법으로 설한다. 대상은 같다 하더라도 상황에 따라 다른 설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방법으로 설하기도 하고, 세부적이고 분석적인 방법으로 설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자연과학도들에게는 물질을 위주로 한 분석적인 접근이 쉬울 것이고, 인문학도들에게는 정신을 위주로 한 종합적인 설명이 더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일체법을 이해하는 사람의 성향이나 능력, 또는 수준에 따라 다른 설명들이 필요한 것이다. 일체법의 분류 방법 가운데 초기경전에 가장 일반적이고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5온, 12처, 18계이다. 정신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하는 것은 5온이며, 물질적인 면에 초점을 맞춘 것은 12처이다. 또한 정신과 물질 두 가지에 초점을 맞춘 것은 18계라고 한다. 어디에 초점을 맞추었던 상관없이 부처님께서 5온, 12처, 18계를 설하신 목적은 물질과 정신이 모두 영구불변하는 실체가 아니라, 연기하는 존재임을 확인시켜 주기 위함이다. 먼저 5온에 대해서 알아보자. 1) 5온 5온의 온(蘊)은 ‘모임’, ‘다발’이라는 뜻이다. 때로는 ‘음(陰)’이라 한역했다. 5온이란 물질현상을 나타내는 색(色)과 정신현상을 표현하는 수(受)ㆍ상(想)ㆍ행(行)ㆍ식(識)을 말한다. 좁은 의미로는 인간 존재를 가리키며, 넓은 의미로 쓰일 때는 일체 존재를 의미한다. 일체법의 뜻으로 쓰일 때에는 색은 물질 전체를, 그리고 수ㆍ상ㆍ행ㆍ식은 정신 일반을 뜻한다. 인간 존재를 의미할 때 색은 지(地)ㆍ수(水)ㆍ화(火)ㆍ풍(風)으로 이루어진 육체를 의미하며, 수ㆍ상ㆍ행ㆍ식은 정신현상을 나타낸다. 인간 존재만을 특별히 구별해서 말할 때는 5온이라는 말 대신에 5취온(五取蘊)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5온으로 이루어져 연기하는 ‘나’라는 존재를 고정불변의 자아로 착각하여 취착(取着)한다는 의미에서이다. 색이 몸과 눈ㆍ귀ㆍ코 등의 인식기관을 형성하는 것이라면 수(受)는 육체가 감각적으로 받는 유쾌, 불쾌의 느낌과 정신이 지각적으로 느끼는 괴로움과 즐거움 등의 감수(感受)작용이다. 상(想)은 앞의 감수작용에 의해서 받은 느낌을 이미 축적된 개념과 연관지어 개념화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지위고하, 빈부격차, 아름다움과 추함 등 인간사회의 상대적 개념을 형성하는 데 주된 역할을 하는 정신작용이다. 행(行)은 위의 두 가지 감수작용과 개념작용 그리고 다음에 언급할 인식작용을 제외한 일체의 의지적 마음작용을 말한다. 물론 의업(意業)을 형성하기 때문에 형성력(形成力)이라 번역하기도 하지만, 기억, 상상, 추리 등의 지적작용과 의지작용이 주된 역할이다. 마지막으로 5온의 식(識)은 나누어서 아는 것, 분별, 판단, 인식의 작용을 뜻한다. 위의 정신작용들의 기저(基底)에서 인간이 역동적인 인식활동을 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 이처럼 5온이 인간존재를 가리키든 일체의 만물을 지칭하든 5가지의 유형의 현상들이 모여 존재를 이루며, 이는 실체가 없고 항상 변하면서 연기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가르침이다. 5온설은 이처럼 물질 영역은 색(色) 하나로 간단히 언급하고 정신영역은 4가지 유형의 의식현상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이러한 5온설은 물질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는 것은 쉽게 이해하지만, 정신은 실체적인 것으로 영원불멸한다고 믿는 사람에게 설한 것이다. 즉 이들에게 정신 또한 실체가 없으며 연기된 것임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2) 12처 12처란 6가지 감각기관과 6가지 감각대상을 합친 것을 말하는데, 12입(十二入) 또는 12입처(十二入處)라고 부르기도 한다. 안(眼)ㆍ이(耳)ㆍ비(鼻)ㆍ설(舌)ㆍ신(身)ㆍ의(意)와 색(色)ㆍ성(聲)ㆍ향(香)ㆍ미(味)ㆍ촉(觸)ㆍ법(法)을 말하는 것으로 눈ㆍ귀ㆍ코ㆍ혀ㆍ몸ㆍ뜻과 그 대상인 빛ㆍ소리ㆍ냄새ㆍ맛ㆍ촉감ㆍ법이다. 여기서 보는 작용은 눈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듣는 작용은 귀를 통해서, 냄새 맡는 것은 코를 통해서, 맛보는 것은 혀를 통해서, 감촉은 몸의 각 부위의 피부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이 6개의 감각기관을 내입처(內入處)라 하며 6근(根)이라고도 부른다. 6근의 근은 기관(器官)이라는 뜻 이외에 기관이 가지고 있는 기능까지 포함한다. 즉 안근이라고 해서 안구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눈의 기능까지 포함한다. 6근에서 제6의 의근(意根)은 기능은 존재하지만 다른 5기관들처럼 직접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기관은 아니다. 그러나 여기서 의식이 생기므로 전통적으로 일종의 기관으로 간주한다. 한편 6근에 상응하는 바깥 세계의 대상, 즉 빛깔과 형태, 소리, 냄새, 맛, 감촉할 수 있는 것, 의근의 대상[法]을 6경(境)이라 부르고 외입처(外入處)라고도 한다. 마지막 의근의 대상은 마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 혹은 일체 현상(法)을 말한다. 즉 12처 가운데 11처에 포함되지 않은 모든 현상이다. 이 우주에 있는 존재의 수는 셀 수 없이 많지만 요약해서 분류하면 주관계와 객관계로 나눌 수 있다. 주관계를 구성하는 것은 6내입처이고 객관계를 이루고 있는 것은 6외입처이다. 그러므로 주관과 객관의 모든 현상은 12처에 포섭된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일체법의 분류 방식은 일체 존재의 주체인 인간의 인식 능력을 중심으로 구분해서 체계화한 것이다. 5온과 마찬가지로 12처의 교설도 일체법의 연기성을 가르치기 위한 것이다. 5온설은 물질영역 보다 정신영역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했다면, 반대로 12처설에서는 정신영역은 의처(意處)와 법처(法處)로 간단히 설명하고 나머지 10처에서 물질영역에 대한 설명을 더 구체적으로 하고 있다. 특히 이것은 물질이 실체라고 생각하거나 물질을 이루는 기본 요소는 영원불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물질에 실체가 없다는 것을 보여 주어 일체를 구성하는 12처도 모두 연기하고 있음을 가르쳐 준다. 3) 18계 18계설에서는 일체의 존재를 인식기관[6根]과 인식대상[6境], 그리고 인식작용[6識]으로 분류한다. 눈을 통해서 빛깔이나 형상을 보기 때문에 그것을 식별하는 작용이 일어나게 된다. 그것을 안식(眼識)이라 한다. 귀로써 소리를 듣기 때문에 이식(耳識), 코로써 냄새를 맡기 때문에 비식(鼻識), 몸으로 무엇을 접촉하기 때문에 신식(身識), 마음으로 무엇을 생각하기 때문에 의식(意識)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을 6식(六識)이라 한다. 이처럼 18계에 ‘이것이 있음으로 저것이 있다’는 연기법의 원리가 그대로 적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6근으로 인하여 6경이 있고, 6근과 6경으로 인연해 6식이 있으며, 6식으로 인하여 6촉(六觸)이 있으며….’로 이어지는 연기법의 형태를 보여준다. 일체법이라고 하는 것이 별 것이 아니라, 우리의 감각기관과 그 대상의 화합에 의해서 생기는 연기된 인식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식주체나 객체, 여기서 생기는 인식은 그 실체가 있어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의존해서 생겼다 사라지는 연기적 존재라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18계설은 물질과 정신에 실체가 있어 영원하다고 믿는 사람들을 위해 설한 것이다. 이들에게 물질과 정신의 참모습인 연기성을 보여줌으로써 그것에 대한 집착을 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18계설에서도 결국 정신이든 물질이든 모든 현상은 영구불변의 실체가 아니며 연기하여 존재할 뿐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부처님께서 일체법인 5온, 12처, 18계를 설하신 목적은 모든 존재의 참모습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다음에 살펴볼 삼법인(三法印)에서는 일체법의 참모습이 무엇인지를 좀 더 구체적으로 가르쳐 준다.
[알림] 본 자료는 대전 계족산 용화사에서 제공된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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