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공부
벼랑 끝에 선 고려 태조 왕건을 살린 은신처, 비슬산 은적사

경전비유설화─ 부처님 만나는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

관리자 | 2007.04.22 07:28 | 조회 1159
            부처님 만나는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

        어느 때 부처님께서 500명의 비구들과 더불어 유행하시다가 비사리성 북쪽에 있는 암라파알리(A-mrapa-l1-) 동산에 이르셨다.
        그 때 암라파알리라는 여인은 부처님께서 오셨다는 소식을 듣고 부처님을 찾아가 설법을 청해듣고 감동하여 공양을 청했다.부처님께서 청을 받아들이자 그녀는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의 발에 예를 올리고 왔던 길로 황급히 되돌아갔다.

        그 때 비사리성에 살고 있던 500명의 부잣집 귀공자들도
        부처님이 5백 명의 비구들과 암라파알리 동산에 오셨다는 소식을 접하고 부처님께 공양을 청하기 위해 동산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화려한 장신구를 하고 오색찬란한 수레를 타고 있었기 때문에 귀공자들이 이동하는 모습은 마치 제왕이 행차하는 것처럼 위용이 있었다.

        귀공자들이 비사리성을 나와 세존이 계신 동산으로 가는 길에 도성으로 되돌아가는 암라파알리와 마주쳤다.
        귀공자들은 그녀를 향해 왜 여자가 부끄러움도 모르고 소를 때리며 다급하게 수레를 몰아 성안으로 달려가냐고 꾸짖었다. 이에 암라파알리는 내일 부처님과 비구들께 올릴 공양 준비를 위해 서둘러 돌아간다고 답했다.
         
        이 소리를 들은 귀공자들은 자신들도 부처님께 공양을 청하러 가는 길인데 당신이 선약을 했으니 순금 천냥을 받고 공양 올릴 기회를 자신들에게 양보하라고 했다.

        그러나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공양 올릴 마음으로 고무된 암라파알리는 이들의 요청을 단호하게 거절했다.
        귀공자들은 만약 공양 기회를 양보한다면 10만 냥의 순금도 줄 수 있다며 거듭 양보를 부탁했다.
        하지만 이미 신심으로 환희에 차 있는 암라파알리의 마음을 돌려놓을 수는 없었다.
         
        그녀는 “저는 허락할 수 없습니다. 왜냐 하면, 세존께서는 늘 말씀하시기를 ‘두 가지 희망이 있는데 세상 사람들은 그것을 버리지 못한다.
        어떤 것이 그 두 가지인가? 하나는 재물에 대한 희망이고, 다른 하나는 목숨에 대한 희망이다’라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제가 내일까지 꼭 살아있을 것이라고 누가 보장할 수 있겠습니까?
        제가 먼저 여래를 청하였으니 지금 곧 가서 음식을 준비해야겠습니다.”

        라고 말했다.(증일아함경 19권 권청품)

        귀공자들은 자신들의 권위를 나타내는 황금으로도 여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음을 알고 “우리들은 저 여인보다 못하다!”고 탄식하며 작별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이튿날 암라파알리는 부처님과 비구들을 초청하여 지극한 정성으로 공양을 올리고 자신의 소유였던 암라파알리 동산마저 부처님께 봉헌했다.
        이것이 암라수원(菴羅樹園)인데 이곳은 유마거사의 고향과 가까워서 〈유마경〉의 무대가 되기도 했다.

        여기에 등장하는 암라파알리는 당시 이름난 기생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부처님은 그녀의 신분에 개의치 않고 공양청을 흔쾌히 수락하셨다.
        엄격한 신분질서 아래서 자신을 평등하게 대해준 부처님의 태도는 이 여인에게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내면의 긍지와 가치를 되찾아 주었다.
        그녀는 부처님을 통해 자신이 받았던 사회적 불평등을 치유할 위안을 얻었고,시대적 담론에 의해 부정되었던 자신의 가치를 회복할 수 있는 내면적 힘을 얻었다.
         
        이상의 내용은 우리들이 사회적 신분과 경제적 배경에 따라 사람에 대한 대우를 다르게 하지는 않았는지 반문하게 한다.

        부처님은 불법(佛法) 앞에 누구나 평등하다는 사실을 일러주고 계시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주목할 대목은 “내일까지 살아 있다고 누가 보장하겠는가?”라는 암라파알리의 반문이다.
        사람의 목숨이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면 부처님 만나는 일을 내일로 미룰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내일까지 살아 있을지 모른다면 지금 가장 중요하고 가치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부처님 뵙기를 내일로 미루고 있지나 않은지, 내일부터 좋은 일 하겠다고 선행을 보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추해 볼 일이다.
        참다운 불법을 만나는 것은 세상의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으며, 내일로 미루어서도 안된다.
        바로 이 순간 신심과 환희에 찬 암라파알리의 마음으로 불법을 맞이할 일이다.



        서재영/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전임연구원


        [불교신문 2160호]
[알림] 본 자료는 대전 계족산 용화사에서 제공된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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