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공부
벼랑 끝에 선 고려 태조 왕건을 살린 은신처, 비슬산 은적사

경전비유설화─유식함을 자랑하지 말라

관리자 | 2007.05.30 11:10 | 조회 1069

***유식함을 자랑하지 말라***

    부처님이 사위성 기원정사에 계실 때의 일이다. 어느 날 부처님의 큰 제자인 목갈라나와 아난다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누가 잘 외우는가에 대한 내기를 했다. 이를 본 다른 제자들이 부처님을 찾아가 목갈라나와 아난다가 내기를 하려 한다고 아뢰었다. 부처님은 다른 제자를 시켜 두 사람을 데려오게 했다. 소환을 받은 두 사람이 오자 부처님은 그들을 나무랐다. “이 한심한 사람들아. 그대들이 정말 ‘여래의 가르침을 누가 더 잘 기억하는지 소리를 내어 외워보자’고 내기를 했는가?”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어.” “그대들은 내가 서로 경쟁하라고 일러주는 설법을 들은 적이 있는가. 만약 그런 적이 있다면 나의 설법이 외도들의 그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세존께서는 그런 말씀을 한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 나는 처음부터 그런 것을 말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서로 승부를 다투어서 되겠는가.내가 설법하는 것은 그런 마음을 항복시키기 위한 것이다. 나의 설법을 듣는 사람은 항상 네 가지 인연을 생각하라. 즉 ‘이것은 법과 율에 맞는가 맞지 않는가’만 생각하라. 그래서 만일 맞거든 받들어 행하여야 하느니라.” 가르침 많이 외우고 익힌들 게을러 바르게 행하지 않으면 수행의 열매 얻기 어려우리니 이어서 부처님은 수행자가 어떤 태도로 가르침을 받들어 지녀야 하는가에 대해 말씀했다. “많이 외운다고 결코 이익 될 것이 없다. 나는 그런 것을 훌륭하다고 하지 않는다. 그것은 남의 소머리를 세는 것과 같아서 수행자에게 중요한 일이 아니다. 외우는 것이 많나 적느냐보다는 그 가르침을 제대로 실천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것이니 이는 수행자가 할 바라 할 것이다. 아무리 1000 문장을 외운다 한들 이치에 맞지 않으면 무슨 이익이 있을 건가. 그보다는 차라리 한 글귀라도 가슴에 새겨 도를 얻느니만 못하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지금부터는 다투는 마음으로 승부를 겨루지 말라. 왜냐하면 그것은 모든 사람들을 항복시키려 하기 때문이다. 만일 비구로서 승부를 겨루고자 하는 이가 있으면 법과 율로써 그를 다스려야 할 것이다. 그대들은 오직 수행에만 힘쓰라.” 부처님의 꾸중을 들은 두 사람은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을 다짐하고 참회했다. 〈증일아함〉 23권 증상품(增上品) 제11경 이 경전을 읽다보면 슬며시 입가에 웃음이 돈다. 목갈라나와 아난다가 누구인가. 부처님의 뛰어난 제자들이다. 그 두 사람이 서로 유식을 자랑한 것도 그렇지만, 내기를 했다니 도대체 무엇을 걸어놓고 했을까 궁금해진다. 혹시 장난스럽게 탁발을 대신해주거나, 옷을 대신 빨아주기 내기는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니면 무슨 토론을 하면서 서로 주장을 굽히지 않다가 부처님에게 불려가 꾸지람을 들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거나 이 분들이 장로제자들이라서 이 장면은 아무래도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그건 그렇고, 우리는 여기서 부처님이 ‘유식을 자랑하지 말라’고 한 뜻이 어디에 있는가를 살펴야 한다. 지식은 실천을 위한 것이지 자랑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유식은 백번 자랑해봐야 수행자에게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도리어 남에게 ‘잘났어, 정말’하는 비꼬임을 당할 수 있다. 그래서 〈법구경〉은 이 경전의 에피소드를 근거로 이렇게 가르치고 있다. “비록 가르침을 많이 외우고 익힌다 해도 게을러서 바르게 행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기르는 소를 헤아리는 것처럼 성스러운 수행의 열매를 얻기 어려우리라 (雖誦習多義 放逸不從正 如牧數他牛 難獲沙門果).” 홍사성 〈불교평론〉 편집위원 -불교신문-
[알림] 본 자료는 대전 계족산 용화사에서 제공된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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