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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계(2) - 도둑질 하지 말라

관리자 | 2006.09.01 07:27 | 조회 1076

 

        오계(2) - 도둑질 하지 말라


귀중한 금과 은으로부터 바늘 한 개, 풀 한 포기까지라도 주지 않은 것을 가지지 못한다. 상주물이나 시주 것이나, 대중 것이나, 관청 것이나, 개인 것이나,
온갖 물건을 빼앗거나, 훔치거나, 속여 가지거나, 세금을 안 내거나, 여행할 때 차비를 안 내는 것도 모두 훔치는 행위이다.

이 계는 도둑질을 하지 말라는 계목으로, 남의 것을 훔치지 말고, 나아가 성실하고 근면하게 살아갈 것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요컨대, 이 계목은 꼭 훔치지 말라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어느 상황에 처하더라도 항상 근면하고 성실하게 생활하는 것을 의미하며, 본인이 노력한 만큼의 대가를 요구하도록 가르치고 있습니다. 또한 적극적으로는 보시바라밀을 수행하고, 무주상보시를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실천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대부분, 내가 한 일의 양에 비해 많은 대가를 가지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직장에서는 일을 한 양에 비해 월급이 너무 적다고 분규를 일으키고, 학교에서는 공부한 것보다 더 나은 성적을 원하고 있으며, 그 외 어느 곳에 가더라도 우리는 우리가 노력한 것 이상의 것을 원하고 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노력한 것 이상의 대가가 이루어 질 때, 많은 사람들은 행복해 하고, 좋아하며, 기꺼이 그 대가를 받아들입니다. 심지어 이것이 우리 사회에서 느끼는 행복의 기준이 되어버렸습니다. 노력을 안 하고도 얼마나 많은 돈을 얻을 수 있는가 하는 것 말입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봅시다. 과연 이것이 행복인가 말입니다. 예를 들어 갑, 을 두 사람이 똑같이 100 만큼의 일을 했다고 합시다. 그런데 갑은 그 이상인 150 정도의 대가를 받아 가고, 을은 그보다 못한 50 만큼의 대가를 받아갔다고 생각해 보았을 때, 우리는 흔히 '갑'을 이상적으로 생각하며, '갑'처럼 되기를 원합니다. 노력한 양보다 많은 것을 획득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행복감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부처님의 연기법의 세계는 너무나도 평등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갑이 더 낫고, 을이 못한 것이 결코 아닙니다. 갑은 100을 일하고 150을 가지고 갔기에 다음에 반드시 50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하며, 을은 100을 일하였지만 50만을 가지고 갔기에 나머지 50은 언젠가 반드시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인과의 법칙은 너무나도 엄격한 법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어느 정도의 일을 하고 그 보다 못한 보수를 받았다면 그것은 이 우주 법계에 저축을 해 두는 것이며, 일을 하고 그 보다 많은 보수를 받았다면 그것은 많이 받은 만큼 우주 법계에서 돈을 빌어다 쓴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우리는 항상 불평불만입니다.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불평불만을 늘어 놓습니다. 왜 똑같이 일하는데 누구는 많이 가져가고, 누구는 적게 가져가는가에 대해 불평불만을 가지고 불평등한 세계를 원망하며 살아왔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연기법의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지극히 평등합니다. 과연 연기의 세계가 이럴진대, 어찌 노력은 하지 않고 많은 것을 요구하기만 하겠습니까?

모름지기 수행자라면 빚을 지고 사는 생활을 하지 말고, 저축하는 생활을 하여야 할 것입니다. 다시 말해, 열심히 노력하고 보수는 적게 받을 생각을 해야지, 노력은 않고 보수만 많이 받으려 한다면 이는 너무나도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이렇게 내가 한 노력에 걸맞은 대가를 요구하는 생활이 바로 불투도의 생활인 것입니다. 내가 한 노력 이상의 대가를 요구하는 것은 도둑질을 범한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사는 이는 어느 곳에서든지 항상 근면하고 성실하게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인 것입니다. 복을 지을 것인가 아니면 도둑의 죄업을 지을 것인가 말입니다.

나아가 밝은 수행자라면 내가 받은 보수의 두배, 세배로 일을 해 줄 일입니다. 100만원이란 봉급을 받았다면 되려 그 회사에 200만원, 300만원을 벌어주겠다는 밝은 마음으로 일해야 할 것입니다. 설령 그렇게 하지 못하였더라도 그 밝은 마음에 복이 지어지기 때문입니다.

은사 스님께서는 항상 말씀하셨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며 일체 모든 일을 행함에 있어 두 가지로 생각하라는 것입니다. 첫째, 힘들고 괴롭고 하기 싫은 일이 생기거나, 내가 손해를 보는 것 같이 느껴질 때 그리고 내가 한 일의 양에 비해 적은 보수를 받았을 경우 등 이처럼 힘들 때 그 마음을 항복 받기 위해 '복을 짓는 생활이구나', '복을 짓고 있구나'하며 마음을 돌려야 한다고 가르쳐 주셨습니다.

또한 둘째로 내가 한 것보다 많은 양의 보수와 칭찬을 받았을 때, 행복하고 즐겁다고 느껴질 때는 그 들떠있는 마음을 항복 받기 위해 '복을 받는 생활이구나', '복을 받고 있구나' 하며 마음을 돌려 그 행복감에 안주하지 말아야 한다고 가르치셨습니다. 또한 말씀하시길, 이 두 가지 생활 중에 5분의 4는 '복을 짓는 생활'을 그리고 5분의 1은 '복을 받는 생활'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복을 받는 것은 저축했던 것을 쓰는 생활이요, 복을 짓는 것은 저축하는 생활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창조적이고 자기 개발적인 사람이라면 당연히 '복 짓는 생활'을 더욱 열심히 해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만 마음을 잘 돌릴 수 있다면 아무리 힘들고 괴로운 일을 하면서도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생활한다면 우리 생활의 양극단인 괴로운 삶과 즐거운 삶 모두를 잘 조복(調伏) 받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양극단을 초월하여 올바른 길, 여여한 길을 갈 수 있는 중도(中道)의 삶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도둑질을 한 죄는 너무나도 크나큰 업보를 받는다고 경전에서는 말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그것이 상주물일 경우에는 최악의 죄인 오역죄와 사바라이죄 보다도 더욱 큰 죄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죽이고, 아라한을 죽이고, 화합을 깨뜨리고, 부처님의 몸에 피를 내는 오역과 살(殺), 도(盗), 음(婬), 망(妄) 사바라이죄인 사중(四衆)은 내가 능히 구하겠으나, 상주물을 훔친 자는 내가 능히 구원하지 못하겠음이라. 상주물(常住物)이라는 것은 사찰에서 쓰여지는 모든 것들을 말합니다.

이는 다른 말로 시주물(施主物)이라고도 하는 것으로, 이 시주물은 그야말로 무서운 것이라고 합니다. 시주한 이의 삼보에 대한 정성이 담겨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훔친다는 것은 부처님의 것을 훔치는 것이며 부처님을 이용해 재물을 얻으려는 것과 다르지 않은 것입니다.

그래서, 스님들도 절의 돈은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이상에서 보듯이, 불투도계는 요즈음의 사회에서 사회 윤리적으로 너무나도 요구받고 있는 계목입니다. 일하지 않고도 남들보다 잘 사는 사회가 아니라 자기가 일한 만큼의 정당한 몫을 받는 사회로 만드는 것이 바로 불투도계가 대변하는 사회라고 할까요? 나아가 수행자의 사회란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 다른 이를 위해, 사회를 위해 나를 희생하여 두배, 세배, 몇 배를 벌어주고 사는 사람들의 밝은 사회가 될 것입니다.

열심히 일하고 적게 소유한다면 그만큼의 이익이 사회로 돌아갈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함이 없이' 보시하는 무주상보시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소유하지 않았을 때, 오히려 일체를 소유하는 것이라는 의미를 되새겨 보시기 바랍니다. 무소유가 전체를 소유하는 것입니다. 무소유라는 것은 아무것도 가지지 말라는 말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소유하지 말라는 말입니다.

그래서 불필요한 것을 쌓아두는 것도 죄악이라 말하는 것입니다. 우주 법계 전체가 내 것 아님이 없기에 따로이 내 것을 정해 둘 필요가 없다는 것이 무소유의 의미일 것입니다. 다시 한번 부처님의 말씀을 되새겨 보겠습니다. "아난아, 이 세상 중생들이 훔칠 마음이 없으면 생사에서 해탈할 수 있을 것이다.
설사 근기가 뛰어나 선정이나 지혜가 생겼다 할지라도, 훔칠 마음을 끊지 않으면 반드시 그릇된 길에 떨어지고 말 것이다."『수능엄경』

훔치는 짓을 끊지 않고 수도한다는 것은, 새는 항아리에 물을 부으면서 가득 차길 바라는 것과 같다. 『수능엄경』

차라리 손을 끊을지언정, 옳지 못한 물건은 가지지 말아야 한다.
『사미십계경』     

                           [자료출처 : 목탁소리]

[알림] 본 자료는 대전 계족산 용화사에서 제공된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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