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장보살의 대비원(大悲願) ◎
지장보살을 흔히 천제(闡提)보살이라고 한다. '천제'란 범어 이찬티
카(icchantika)를 음역한 말로서, 그 뜻은 성불의 인연을 잃어버린
자, 즉'성불할 수 없는 자'라는 말이다.
지장보살은 다른 보살들과는 차별화된 보살이다. 그 분의 커다란 본
원(本願)때문이다. 한 마디로 표현해서 "육도중생을 모두 해탈시키지
못하면 나는 결코 성불할 수 없다"는 대비원(大悲願)이다.
즉 이 우주에서 모든 중생이 성불을 해야만 최후에 성불할 보살이기
에, 그 마지막 순간까지 여기에서 지켜야 하는 안타까움이 우리의
마음을 더욱 저리게 한다.
그 한량 없는 중생들이 어느 세월에 모두 성불한다는 말인가. 이는
곧 불가능을 의미한다. 그래서 지장보살은 '천제보살'이다. 성불을
할 자격을 모두 갖추고 있음에도 성불을 스스로 포기하고 천백억 항
하사 모래알과 같은 겁수가 다하고 마지막 중생이 성불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영원한 보살'이 스스로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어떤 보살들과도 특별히 구분시켜 차별화된
우리의 "대원본존(大願本尊)" 지장보살님 이시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어 입멸한 후 미륵부처님이 출세할
때까지를 '무불시대'라고 말한다. <지장십륜경>에서 부처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다.
"너희들은 마땅히 알라. 여기 지장이란 이름을 가진 보살마하살이
있으니, 그는 이미 한량 없는 대겁(大迲) 동안 오탁악세의 무불세계
(無佛世界)에서 유정들을 성숙시켰고, 앞으로 미래에도 이 수(數)를
초과할 것이다."
이 말은 지장보살은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이 사바세계에 출현하기 그
전전(前前)의 무불시대에도 항상 사바세계의 구세주 노릇을 했으며,
56억 7천만년 후 미륵불이 출세할 때까지의 무불시대는 물론이요,
그 이후의 미륵불이 출세하여 282억의 인연 있는 중생을 3회의 법회
로 구제한 이후, 즉 미륵불 다음의 무불시대에도 계속 우리 곁에
남아 중생을 위하여 그의 본원을 다할 것이라는 뜻이다.
미륵불의 출세는 우리 중생들의 지대한 관심사지만, 지장보살에게는
수고를 어느 정도 덜어줄 만큼의 관심이 있는 것이다. 미래세가 다
하도록 이 세상에 출세하는 부처님이 어디 미륵불 뿐이겠는가.
중생들이 모두 성불할 때까지 그 사이에 그 어떤 부처님이 출세하더
라도 지장보살의 대원(大願)에는 아무런 변화도 있을 수가 없으며,
중생이 "여기"에 있는 한 그도 역시 우리와 같은 모습으로 항상
"여기"에 남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