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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 선 고려 태조 왕건을 살린 은신처, 비슬산 은적사

다라니. 만다라. 무드라. 만뜨라의 뜻

관리자 | 2007.05.21 11:00 | 조회 1398


다라니. 만다라. 무드라. 만뜨라의 뜻

인도불교의 발전사에서 마지막 단계에 등장한 밀교는
힌두교를 대표로 하는 민간신앙의 요소를 어느 정도 흡수하여
불교적으로 소화했다는 특징을 지닌다.

이런 밀교의 특징을 이루는 요소로서 불교 전반에서 널리 알려지고
사용된 것이 다라니ㆍ만다라ㆍ무드라 등이다.

자기의 생각이나 태도만을 절대적으로 옳다고 고집하지 않고,
현실의 문제에 있어서는 남의 생각이나 태도도 수용하는 불교의 포용력은
이미 부처님 자신의 말씀을 통해 표명된 바 있다.

부처님은 제자들에게 주술을 행하지 못하게 하면서도 수행상
일신의 보호를 위해서는 어떤 신비력에 의지하는 행위도 묵인하였다고 한다.
특히 그는 세속적인 신앙에 대하여 이렇게 말했다.

“어디에 살든지 성실한 사람은 거기에 있는 여러 신에 대하여
공물을 바치지 않으면 안된다.
신들을 공경하는 자는 신들의 사랑을 받을 것이다.
어머니가 자식을 사랑하듯 이 신들은 그렇게 사랑하리라.”

이후 불교가 세계 종교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이렇게
유화적이고 포용력 있는 자세 때문이라고 보아도 틀림이 없을 것이다.

만뜨라는 진실한 말이라는 뜻을 지니므로 흔히 진언(眞言)이라는
표현으로써 통용되고 있다.
이 역시 인도의 오랜 종교적 전통을 불교가 수용한 것들 중의 하나이다.
이는 원래 제사를 집행할 때에 제관이 신들에 대해
사용하는 주문이나 찬송을 가리켰다.

불교 성립의 초기에는 이러한 주문의 사용이 금지되었다.
그러나 대승불교에 이르러 이는 곧 설명할 다라니와 함께
교의상 중요한 위치를 점하게 되었다.
인간의 행위를 뜻하는 업에도 신체와 말과 의식(身ㆍ口ㆍ意)의
삼업三業이 있듯이, 밀교의 수행법에도 신ㆍ구ㆍ의의 삼밀三密이 있다.

이 중에서 구밀은 말로 나타나는 소리를 통해서 나에게로 들어오고
내가 부처에게로 들어가는 방법인데,
이의 실제가 만뜨라와 다라니인 것이다.

만뜨라와 마찬가지로 다라니도 진언이라 불린다.
이들은 모두 입을 통해서 행하는 수행으로서 명(明)이라고도 불린다.

진언이라 함은 부처의 참된 경지를 밝히는 말소리라는 뜻이요,
그것을 입으로 불러서 무명(無明)을 타파하기 때문에 명이라 하며,
마음을 통일하는 거룩한 구절이기 때문에 다라니라고 한다.

다라니는 정신을 통일하게 하는 것이라는 의미에서
총지(總持)라고 번역된다.
앞의 만뜨라, 즉 진언이 비교적 짧은 복수음절로 이루어진 주문임에 반해,
이 다라니는 비교적 긴 복수음절로 이루어진 주문이다.

이에 대해 “옴”처럼 원칙적으로 한 음절로 이루어진 주문은
심진언이라 불린다.

다라니는 본래 정신을 집중하여 부처님의 가르침을
기억하고 간직하는 것, 혹은 그 결과로서 얻게 되는
정신집중의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나중에 이것이 재앙을 막는 등의 공덕을 지닌 주문이라고 간주되었다.
이것 역시 근본불교에서는 원칙적으로 부정되었음은
만뜨라와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서 만뜨라와 다라니의 구별은 그다지
엄밀하지 않고 대체로 동일한 의미로서 사용되고 있다.
대승불교의 문헌에서는 다라니를 3종 또는 4종으로 분류하여
설명하고 있는데, 밀교는 이렇듯 다양한 다라니를 의례 속에
교묘히 짜넣었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이런 진언 또는 다라니의 구조는 그것을 형성하고 있는
말의 성질에 따라 다음과 같은 세 종류로 분류된다.

첫째, 아무런 의미가 없는 말로 구성된 것.
둘째, 뜻이 있는 말과 뜻이 없는 말이 혼합되어 있는 것.
셋째, 모두 의미있는 말로 구성된 것.

현재 불교인들은 일상의 신앙생활에서 많은
진언들을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의의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막연히 신비적인 힘이 있을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진언이 위와 같은 세 구조로 되어 있음을 유의한다면
그러한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뜻이 없는 진언은 자칫 잘못하면 마음의 고요에만 침잠하기 쉽게 한다.
이 폐단을 막기 위해 의미있는 진언도 필요하게 된 것이다.

즉, 의미있는 말로써 지혜를 여는 것이다.
어려운 뜻의 말일지라도 마음을 집중하여 계속 추구해 들어가면
드디어 그 뜻에 도달하게 되리라
믿는 데에 진언의 가치가 있다.
이런 식으로도 해탈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만다라는 원래 원(圓)을 뜻한다.
실제로는 밀교에서 사용하는 각종 도형을 가리킨다.
정방형 속에 포함된 원형을 기본형으로 하여,
중앙으로부터 상하ㆍ좌우가 대칭이 되도록
여러 부처와 존자를 정연하게 배치한 도형으로서,
깨달음을 얻은 부처의 내면세계 혹은 부처의 법신(法身)인
진실의 세계를 상징주의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만다라는 바퀴처럼 둥글게 두루 갖춤을 의미하는 말로서 사용된다.

사상적으로는 어떤 것이 그것을 형성하는 데에 필요한 요소나
부분이 단 하나라도 빠짐이 없이 완전하게 구비된 상태를 나타낸다.
밀교에서 이 만다라는 그림으로만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원형의 단(壇)으로도 표현된다.

숭배의 대상들을 원형의 도형이나 원형의 단 위에 배치한 풍습은
밀교의 초기에서부터, 더 거슬러 올라가서 신비주의적
제식의 단계에서부터 존재해 있었다고 상상되는데,
대승적 세계관의 전형을 보여주는『화엄경』에서는
만다라가 하나의 사상으로서 제시되어 있다.

앞에서 말한 삼밀 중 신밀은 몸가짐으로써 부처의 세계와
합일하는 것으로서 이른바 무드라라고 하는 것이다.
무드라는 인계(印契)라고 번역된다.
고대의 인도에서 무드라는
반지 모양의 도장이나 흔적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불교에서도 부처님이 깨달은 내용을 법인(法印)이라 하여
삼법인을 제시하고 있는 바, 이는 인장과 같이 진실한 것이요
허망하지 않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인도에서는 손가락으로 여러 가지 형태를 취함으로써
일정한 개념을 표시하는 것이 일반화 되어 있었으며,
이러한 예는 인도의 고전무용에서 현저하게 나타난다.
그래서 인계라고 할 경우는 일차적으로 수인(手印)을 가리킨다.

부처님의 생애를 그림으로 보여주는 불전도(佛傳圖)나
각종의 불상에는 다양한 수인이 표시되어 있다.
부처님의 수인으로서 중요한 것이 오인(五印)인데,
곧 선정인ㆍ항마촉지인ㆍ전법륜인ㆍ시무외인ㆍ여원인이다.

선정인(禪定印)은 부처님이 명상 즉 선정에 들어 있음을 표현한다.
일상적으로 참선을 지도할 때 취하게 하는 손가락의 자세가 바로 이것이다.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은 부처님이 성도하기 직전
마왕의 방해를 받고 있을 때, 이를 혼자서 물리칠 수 있음을
지신(地神)을 향해 증명해 보임을 표현한다.

전법륜인(轉法輪印)은 부처님이 최초로 설법함을 표현한다.
시무외인(施無畏印)은 중생에게 공포와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하여
고통을 없애주는 자비의 덕을 보임을 표현한다.

여원인(與願印)은 자비를 베풀어 중생이 원하는 바를
이루게 함을 표현한다.
이 밖에 중요한 것으로는 지권인智拳印이 있다.
이는 중생과 부처가 둘이 아닌 하나로서,
깨달음의 지혜를 얻음을 표현한다.

가장 다양한 수인을 보여주는 것은 아미타불이다.
극락세계에 태어나길 원하는 중생들의 모습이나
성향이 다양하므로 이를 대하는 아미타불의 자비도
각각 다른 모습으로 나타남을 그러한 수인들은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무드라는 이러한 수인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고,
특히 밀교에서는 그 의미도 확대되었다.
어쨌든 위에서 소개한 것과 같은 무드라에 대한 지식은
우리가 불상을 대함에 있어 전과 다른 의의를 느끼게 할 것이다.

                     - 정승석 교수 -

[알림] 본 자료는 대전 계족산 용화사에서 제공된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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